5km 건강달리기 대회를 무사히 완주하고 난 뒤의 그 뿌듯함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순간을 지나 결승선을 통과했을 때의 성취감, 그리고 곧이어 찾아오는 극심한 허기짐은 마치 새로운 미식 탐험을 위한 완벽한 전주곡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렇게 운동 후의 갈증과 허기를 달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긴 곳은 망원동에서 이미 입소문이 자자한 중국식 만두 전문점, 만두란이었습니다. 약간의 꺼드럭을 섞어보자면, 오늘의 이 고단함은 오로지 만두란의 음식을 맞이하기 위한 경건한 준비 과정이었던 셈입니다.
매장 정보
- 상호명: 만두란
- 영업시간: 수~일 11:00 – 20:30 (브레이크타임 15:00 – 17:00 / 라스트오더 20:00) / 매주 화요일 정기휴무
- 참고사항: 샤오롱바오(소룡포) 현재 판매 중단
‘샤오롱바오’는 없지만 다른 매력을 찾아보자


망원동의 정겨운 골목길을 지나 마주한 만두란의 외관은 화려하기보다는 소박하고 깔끔한 인상을 줍니다. 토요일 점심 12시, 가장 피크인 시간에 네 명의 일행이 방문했음에도 다행히 자리가 있어 바로 앉을 수 있었습니다. 메뉴판을 확인하며 이곳의 시그니처라 불리는 샤오롱바오를 찾았으나, 아뿔싸 간판에는 당당히 적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메뉴판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장님께 여쭈어보니 작년부터 일손이 부족해져 샤오롱바오 재개 계획은 아직 없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기대했던 메뉴의 부재는 아쉬웠지만, 만두란만이 가진 다른 매력을 발견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고수와 짜사이를 즐길수있는 셀프 코너

매장 한쪽에는 방문객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셀프 코너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젓가락과 앞접시는 물론, 중국식 식사에 빠질 수 없는 짜사이와 풍미를 더해줄 고수가 정갈하게 비치되어 있어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가져다 쓸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작은 편의 시설들은 식사의 흐름을 끊지 않고 각자의 취향에 맞게 음식을 완성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운동 후 갈증을 씻어준 3,500원의 행복, 하얼빈 맥주

5km 달리기를 마친 직후라 그런지 목을 타고 넘어가는 시원한 액체가 간절했습니다. 메뉴판 한구석에서 발견한 3,500원의 하얼빈 캔맥주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습니다. 차가운 맥주 캔을 따는 순간의 청량함은 운동 후의 피로를 단번에 날려버리는 듯했습니다. 비록 이곳이 본격적인 술집은 아니지만, 가벼운 점심 식사와 함께 즐기는 이 한 잔의 여유는 미식 경험의 밀도를 높여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담백한 조개 육수와 매콤한 속의 만남, 훈툰탕면

가장 먼저 테이블에 오른 메뉴는 훈툰탕면이었습니다. 보통 완탕과 유사한 개념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곳의 맛은 홍콩이나 다른 지역에서 접했던 것과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조개 육수를 베이스로 한 국물은 무척 담백하고 시원했는데, 그 속에 담긴 매콤한 속을 가진 훈툰(물만두)이 국물의 깔끔함을 적절히 보완해주었습니다. 다만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다면, 이 깊고 시원한 조개 국물과 계란면의 조화가 살짝 따로 노는 느낌을 받았다는 점입니다. 면이 국물을 충분히 머금지 못하고 겉도는 듯한 인상은 다음 메뉴를 기다리는 동안 작은 미련으로 남았습니다.
고수 듬뿍! 모두가 극찬한 오늘의 주인공 ‘량빤면’



이어서 등장한 량빤면은 이번 방문의 명실상부한 주인공이었습니다. 사전에 오이를 빼달라고 요청드렸으나, 그릇 위에는 오이가 수북하게 올라와 있었습니다. 하지만 비비기 전에 미리 오이를 걷어내고 먹으면 되기에 큰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한 입 맛을 본 순간, 일행 모두가 동시에 “맛있다”를 외칠 정도였습니다. 고추기름의 진한 고소함과 흑식초 특유의 콤콤하면서도 새콤한 풍미가 입안에서 절묘하게 어우러졌습니다. 특히 고수를 좋아한다면 반드시 고수를 듬뿍 올려 먹어보길 권합니다. 고수가 더해지는 순간, 평범했던 비빔면은 한층 더 이국적이고 화려한 맛의 향연으로 변모합니다. 그 맛에 반해 저희는 결국 1인분을 추가 주문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육즙은 가득하지만 평범함이 아쉬웠던 교자

샤오롱바오의 빈자리를 대신하기 위해 주문한 교자는 나름의 기대를 품게 했습니다.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샤오롱바오처럼 육즙이 가득 차 있는 점은 인상적이었으나 그 이상의 특별함을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마치 라멘집에서 맛볼 수 있는 수준의 교자 같았지만, 만두란만의 독보적인 개성이나 감동을 주기에는 다소 평이한 느낌이었습니다.
마라유 한 방울로 완성되는 이국적인 고기덮밥

마지막으로 나온 고기덮밥은 비주얼 측면에서 지단과 청경채, 김가루가 올라간 한국식 제육덮밥을 연상시켰습니다. 맛 또한 익숙한 듯하면서도 간장과 고추기름 베이스의 이국적인 터치가 가미되어 있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테이블에 비치된 마라유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마라유를 살짝 떨어뜨리는 순간, 자칫 평범할 수 있었던 덮밥의 풍미가 비약적으로 상승하며 진정한 중국식 요리로 거듭납니다. 량빤면 역시 마라유를 소량 추가하면 또 다른 차원의 맛을 느낄 수 있으나, 향이 강하므로 처음에는 기본 맛을 즐긴 뒤 조금씩 첨가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총평 및 마무리
만두란은 망원동에서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끼며 가볍게 점심 한 끼를 해결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입니다. 특히 량빤면의 중독성은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도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 만큼 강렬했습니다. 만약 망원동 근처에서 흔한 한국식 메뉴가 아닌, 색다른 미각적 자극이 필요한 분들이라면 이곳은 분명 만족스러운 선택지가 될 것입니다.
다만, 인천에 거주하는 저의 입장에서는 ‘이 맛을 보기 위해 굳이 서울까지, 그것도 멀리 망원동까지 찾아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선뜻 확답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즉, 동네에 있다면 매일같이 들러 먹었을 법한 ‘일상적인 맛집’이지, 전국 각지에서 찾아와야 할 ‘목적지로서의 맛집’까지는 아니라는 솔직한 결론을 내리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망원동에서 만난 이 작은 식당은, 달리기 후의 허기를 채워준 훌륭한 조연으로서 충분히 제 역할을 다해주었습니다.
